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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m & Bicycle

스피드플레이 킵온커버 Z.3 사용기

by DS3MLG 2014. 12. 6.

 2014년 10월 초부터 스피드플레이용 클릿커버인 킵온커버 Z.3를 사용해서 약 500km정도를 라이딩 했다. 킵온커버는 말 그대로 클릿 커버를 장착한 그대로(Keep on) 라이딩이 가능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커버라는게 기존에는 정차해서 쉴 때마다 뒷주머니에서 꺼내서 썼다가 다시 출발할 때 주머니에 집어넣어야만 했다.


스피드플레이 페달의 구조. 왼쪽부터 제로, X시리즈, 라이트액션.

http://university.tri-sports.comcopyright by ©TriSports.com


스피드플레이는 클릿이 신발에 있는 듯한 형태를 가졌다. 내가 사용하는 스피드플레이 제로 클릿의 페달부는 일명 '추파춥스'처럼 생긴 동그란 사탕막대기에 클릿을 끼우는 홈이 살짝 있는 형태이다(금속 부분). 색상도 다양하고 특히 스핀들을 여러가지 길이로 커스텀 주문해서 쓸 수 있다는 이유로 클래식레이스의 강자인 '파비앙 칸첼라라'가 애용하는 페달이다. 이만큼 심플하고 다양한 디자인을 가질수 있는 페달 디자인이지만 대신 클릿의 형태가 다른 클릿보다 복잡하게 생겼다. 안쪽에 페달과 결합하는 부품(C형 링)과 발목의 움직임 각도를 제한하는 리미터, 그리고 부품을 고정하고 바닥에 걷기위해 만들어진 금속 플레이트등으로 이루어졌다. 평소 보던 페달과 달리 클릿이 복잡한 구조 덕에 사람들은 종종 “클릿에 페달이 달렸다”라고 말한다. 다른 페달은 페달이 클릿을 잡는 방식이지만 스피드플레이는 아이러니 하게도 클릿이 페달을 잡는 것이다. 구조 덕분에 다른단순하게 디자인된클릿과는 달리 중앙에 결합하기 위한 구멍이 뻥 뚫려있으며 이점을 이용해 커버를 벗지 않고도 라이딩을 할 수 있는 커버가 개발되었다.

리컴번트를 즐겨 타는 스콧 우드포드(Scott Woodford)

copyright by ©keeponkovers



 copyright by ©http://www.volaerecumbents.com/2007/volae_aero.php


킵온 커버를 발명한 스콧 우드포드(Scott Woodford)는 리컴번트를 탄다. 이 리컴번트라는 자전거는 기대 누워서 타는 것을 전제로 해, 등받이가 존재하고 허리에 부담이 적은것이 특징이다. 시트의 높이와 바퀴 크기에 따라 이지라이더, 하이레이서, 미드레이서, 로우레이서등으로 구분된다. 바퀴가 세개 달린 리컴번트는 '트라이크'(Trike)라고 부른다. 공통적으로 크랭크가 전면부에 장착, 전면 투영면적이 적어서 다른 자전거보다도 공기저항이 적다. 리컴번트 로우레이서에 유선형 페어링을 씌워 공기저항을 극한으로 줄인 '벨로모빌'이라는 것이 있는데, 인간의 힘으로 움직이는 가장 빠른 운송수단 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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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컴번트의 무게중심은 뒤쪽에 있어서, 경사진 곳에서 정차했을때 발이 미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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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은 신호등에서 정차탈 때 마다 경사가 있는 도로에서 클릿을 신은 발이 자꾸 미끄러지는 것을 불편해 했다. 일반적으론 리컴번트 사용자들은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트랙션이 좋은 트래킹화, 혹은 산악자전거용 클릿신발을 신는다. 하지만 스콧은 산악자전거 신발은 무겁고, 결착력이 로드바이크용 클릿에 비해 부족함을 느낀 모양이다. 그래서 산악자전거용 클릿페달을 장착하는 대신, 기존의 로드바이크용 클릿을 쓰면서 미끄러지지 않을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 불편함을 해결할 한가지 방법으로 클릿에 마찰력을 만들어주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스피드플레이 클릿페달의 구조적으로 다른 클릿페달과 다름에 주목하고 연구에 들어간 것이다. 클릿에 달린 넓은 금속판, 여기에서 힌트를 얻는 스콧이 3년을 실험 연구한 끝에 첫번째 킵온커버가  탄생했다. 현재 나온 킵온커버는 제 3세대 킵온커버 Z.3로 나온 순서로 따지면 킵온 커버, 킵온커버 Z에 이어 세번째로 개발 된 커버이다.


 킵온커버 Z.3 양쪽의 무게는 40g.


기존 1세대, 킵온 커버 스텐다드 모델.

접지력이 좋은 대신, 경도가 약해서 빨리 닳고 잘 분리되어 자주 분실하기도 했다.


http://ds3mlg.tistory.com/79

최근 세번째 스플 커버를 구매하면서 감상을 포스팅 한 적이 있다.

스피드플레이를 사면서 초창기 쓰던 모델은 국내에 수입되던 쿨커버의 스플 호환커버였다. 긴 횡단보도를 끌바로 건너거나 라이딩 중 쉴때는 커버를 주머니에서 꺼내서 항상 끼우고 돌아다녔다. 그것도 그럴것이 스피드플레이는 바닥이 금속재질의 플레이트이다 보니 대리석이나 금속으로 된 곳에서는 굉장히 미끄러웠던 것이다. (타일로 된 화장실도 마찬가지) 라이딩 중에 닳는 것은 필샵에서 파는 플레이트만 따로 구매해다가 교체했고 그 플레이트가 좀 더 오래버텨줘서 그렇게 정상적으로(?) 마모시키며 타고다녔던 거 같다.


그 뒤 주변 지인이 후기도 보여주고 입이 닳도록 자랑하면서 권해도 꿋꿋하게 쿨커버를 재구매 해가며 버티다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새 클릿을 구매하면서 킵온커버도 질렀다. 킵온커버의 장점은 자전거를 탈 때 커버를 항상 끼워둘 수 있으니 그덕분에 정차할때마다 커버를 찾을 필요가 없으며, 출발할 때 다시 벗을 필요도 없다. 게다가 정차시에 트랙션(마찰력)을 발생시켜 젖은 도로의 페인트, 횡단보도 같은 곳의 미끄러짐을 막아준다. 


항상 커버가 끼워져 있으니 M4x11mm 나사가 빠지는 것을 막아준다. 록타이트가 발라져 있지만 타다보면 슬슬 풀리는 거는 어떻게 안되나보다. 라이딩 하다보면 어느날은 한두개 없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라이딩 모임 나가서 바닥에 굴러다니는 나사를 하나 주웠는데 M4x11mm 게다가 킵온커버를 안 쓸땐 바닥의 금속플레이트 커버 뿐만 아니라 나사도 같이 바닥에 함께 갈렸다. 재수없으면 나사가 헛돌아 안뽑히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 그래서 어느정도 적당히 갈리면 항상 준비해둔 예비나사를 써서 교환을 해주어야 했다. 슈구나 고무패드를 붙여서 커버 끼운것처럼 쓸 수는 있지만 클릿 조정이나 유지보수가 필요할 때 클릿 나사 풀려면 다 제거해야 된.


내가 사용하던 모델은 킵온커버 스텐다드였다. 사자마자 분실해 새로 구입해 쓰던것이 수명을 다 해 바꿀 필요성을 느낄 때 쯤 킵온커버 Z.3(Keep On Kovers Z.3)를 사용하게 되었다. 각 모델의 차이점은 먼저, 킵온 Z모델의 경우 기존의 스텐다드모델 보다 경도가 강해지고 1.5배 두꺼워져 내구성이 강화된 모델이다. 나의 경우는 내구성보다는 미끄러짐이 적은 것이 맘에 들어 처음에 샀던 스텐다드 모델 커버를 계속 사용했었다. 홈이 없는 밋밋한 디자인의 고무를 전제로 하면 트랙션(접지력)이 좋을 경우 부드럽기 때문에 빨리 닳고, 반대로 내구성이 좋을경우 경도가 높기 때문에 마찰력이 떨어져 미끄럽다. Z.3 모델은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서, Z모델처럼 스텐다드 모델보다 커버가 1.5배 두껍다. 이로 인해 내구성이 4배 증가했다고 한다. 무게는 40g으로 재료가 많이 들어가 두꺼워진 만큼, 10g 더 무겁다.


500km 라이딩후의 상태. 걸으면서 마찰되는 뒤축쪽을 빼놓고는 깨끗하다.



두께를 측정해보았다. 3.4mm로 바닥과 측면 두께가 동일했으며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생긴 36개의 요철은 0.5mm의 두께를 보였다. 특이한 점은, 커버를 클릿에 고정하기 위한 고정부가 이전보다 길어졌는데, 앞쪽이 뒤쪽보다 좀 더 길다. 앞쪽이 2.3mm, 뒤쪽이 2.1mm인데, 이는 벗기기 쉽게 하기 위한 설계로 보이며, 결합걸쇠 부위를 만져보면 딱딱함이 커버재질과 색상이 다른, 더 단단한 재질이다. 처음 커버 전체를 사출한 다음 다른 재료를 사용해 추가로 붙인것이라 생각된다.


바닥두께

3.4mm 

측면두께

3.4mm 

바닥 요철 두께

0.5mm 


마감처리도 달라졌다. 최초에 한번에 찍어내는 사출성형 방식은 같지만, 마감이 지저분 했던 1세대 제품과는 달리 마감이 깔끔하다. 특히 클릿과 결합되는 뒷면은 정밀하고 단단한 강성을 염두한듯 CNC기계로 파낸 듯한 자국이 보인다. 후처리나 가공방식이 이전보다 복잡해졌음을 알 수 있다.




 양쪽에 달려있던 분리 손잡이가 한쪽이 제거되었다. 분리하기 불편할것 같지만 단단해서인지 잘 안벗겨지는 듯한 느낌은 있다. 힘주어 밀다보면 어느새(?) 분리되어 있다.


이전과 달리 손잡이가 한쪽밖에 안달려있다. 손잡이 달리지 않은 부분을 포함해 클릿 체결부 위쪽도 많이 깎아낸 모습이다. 좀 더 스마트하고 가벼워 보이는 느낌이 있는 반면 기존보다 잘 안벗겨진다. 단단하게 붙어있어서 라이딩이나 보행시 분리가 안된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클릿의 위치조정을 위해 분리해야 할 때에는 쉽게 빠지지 않는 점이 답답하기도 하다. 예전같은 힘으론 분리가 안되지만 계속 밀면서 벗기려고 하다 보면 어느새 분리되어 있어서 놀랍기도 하다. 처음에 어설프게 힘을 주고 있으면 정말 빠지지 않는다. (이전에 스텐다드 모델은 너무 잘 벗겨져서 손을 몇번 다치기도 했다)


Z.3로 커버를 교체하고 라이딩을 해보았다. 처음 장착할때 정말 꽉 끼인다고 생각했다. 그 느낌은 보행중에도 느낄수가 있었다. 걷는 내내 바닥이 돌덩이처럼 단단한 것이였다. 그렇다고 커버가 덜렁거리면서 움직이지도 않는 단단한 결착력이 맘에 들었다. 그리고 사용해 보지 않았지만 킵온커버 Z모델 또한 같은 경도를 가졌지만 결착력이 낮기 때문에 이런 단단한 느낌은 못느낄 거라 생각이 들었다. 

스텐다드 쓸 때는 정차했다가 출발할 때 마다 신발 바닥을 들어보면서 클릿커버가 잘 있나 확인하는게 버릇이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을 만큼 잘 붙어있다.

그 다음 든 생각은 “이거 좀 미끄럽다” 였다. Z를 사용해 보지 못해 비교는 어렵지만 같은 재료를 써서 만들었기 때문에 차이는 없을거라 생각이 든다. 기존 스텐다드 모델보다 미끄러짐을 주의해야 하는 점은 내구성과 결착력에서 오는 상충관계, 트레이드-오프(Trade-off)라고 생각한다. 스텐다드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말랑말랑해서 마찰력이 높았으면 싶다. 안쪽은 Z.3의 결착력에 노면쪽은 스텐다드의 말랑한 재료를 써서 마찰력을 좀 더 높인, 그런 이상적인 모델도 출시해줬으면 좋겠다.


 사용한 커버는 킵온커버의 공식 수입상인 필샵에서 테스트용으로 제공한 커버다. 마침 커버가 닳아서 구멍이 났었는데, 좋은 기회를 얻어 그것도 신형 커버를 테스트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자리를 빌어서 관계자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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