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남한산성 밑에 있다. 나는 지금 탄천 자전거 도로를 통해 한강을 진입해서 동작대교를 지나 방화대교를 통과하여 아라뱃길 쪽으로 가고 있다.
한여름 저녁 10시가 넘어서 달리는 한강은 정말 시원하다. 해가 없기 때문에 반팔져지를 입어도 살이 탈 염려가 없고 땀도 적게 흘린다. 이런 장점이 있기 때문에 나는 거의 야간라이딩을 하려고 한다. 그 때문에 자전거인의 상징인 팔뚝의 투톤 라인도 실은 자전거 타면서 생긴 게 아닌 밖에서 반팔 티 입고 작업하다가 생긴 자국이다. 팔뚝의 하얀 위쪽과 옅은 구리빛의 아래쪽이 불분명한 라인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여름 한낮의 뙈악볕은 강력하고, 그에 맞서 한낮 라이딩은 절대 피하고 야간 라이딩을 즐기는 나 였다.
한강 자전거도로도 거의 끝이다보니 사람이 없어 한적했다.
고독을 즐기며 라이딩 중에 바닥에 전조등 불빛이 신경이 쓰였다. 이건 분명 내 전조등의 밝기보다 밝은걸? 꽤나 강력한 전조등이 뒤쪽에서 바닥을 비추고 있다. 아, 뒤에 누가 붙었구나.
나는 극단적인 걸 선호하는 변태같은 성격 덕분에 일부러 자전거도로 우측 끝으로 달라붙어서 달리곤 한다. 한가운데로 달리면서 느리가 가는 사람들이 있으면 반대편에 사람이 없지 않는 이상 추월하기가 참 힘든데 그런걸 신경쓰는 사람은 없나보다. 어찌 되었건 나를 추월하는 사람들은 부디 편안하게 추월하라는 나름의 배려로 우측 드랍 아래는 차선 페인트 바깥으로 거의 나간 상태로 달렸다. 가끔 길게 늘어져 있는 강아지풀이 다리를 툭 툭 쳐서 살짝 왼쪽으로 피해서 달렸다.
아까 탄천에서 오는길에도 풍성하게 자란 길가의 수풀이 내 다리를 엄청 긁어대는 통에 풀독이라도 오를까 싶어 여러번 중앙차선을 넘나들며 수풀을 피해 달려왔다.
어쨌든 이렇게 병적으로 한쪽에 붙어 달리는 나 때문에 추월하는 데 불편함은 전혀 없다. 만일 불편하다면 삼륜 리컴번트 정도나 되겠지. 내 뒤에 있다면 곧 정지하려고 하거나 좌회전하지 않는 이상 있을 이유가 없는데, 누군가 내 뒤에서 바람을 피하면서 달리고 있는 것이다.
성남에서 김포까지 온 외지인은 이 원주민의 접근이 걱정되어 혹여나 싶어 페달링을 쉬고 바퀴를 차선 가까이 붙인 후 왼손으로 추월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짜르르르... 우측 차선으로 거의 곡예하듯 붙었는 데도 불구하고 추월을 하지 않고 그냥 붙어있기에 그래 한번 붙어와 봐라 하며 나는 멈춘 페달을 돌리며 변속. 조금씩 가속하며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붙어오기 쉽게 차선 중앙으로 가면서 뒤를 힐끗 보니 중년의 엠티비 자전거. 나는 천천히 가속하며 속도를 올리자 얼마 후 바닥에 보이던 밝은 전조등 불빛이 사라졌다.
오늘도 레이싱카를 타고서 화물차와 얇팍한 경쟁을 승리하고 나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호랑이는 토끼를 사냥할때도 최선을 다 한다지?
2009년부터 로드를 타기 시작했는데 그 때 보다 로드바이크가 엄청나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그와 함께 젊은 친구들이 더욱 더 속도를 높여 타기 위해 로드바이크를 앞다투어 타고 다녔고 그만큼 운전매너가 빵점인 친구들도 덩달아 많아졌다.
바로 어제도 한강길을 가는데 앞에 가양쪽으로 빠지는 나들목이 있어서 정체가 약간 된 상황이였고 조금 속도를 늦춰 달리고 있었다.
이 때 로드바이크 한대가 내 뒤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추월하라고 왼쪽을 넓게 터주고 수신호를 했으나 이 친구는 넓디 넓은 자전거 도로는 치우고 우측 인도를 통해 나를 비롯한 앞의 자전거들을 추월해갔다.
나들목을 지나서 어느정도 정체가 풀린 상황. 나는 로드바이크이기에 다른 자전거들을 추월해서 죽죽 달리고 있는데 아까 우측으로 추월해 갔던 그 친구가 보였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던데 뒤에 가방을 달고 다니는 거 보니 자출하는 모양이다.
속도를 좀 늦추고 가고있고 나는 속도가 좀 붙은 상황. 왼쪽으로 천천히 추월해 갔는데 조금 달리다 보니 이 친구, 내 뒤에 붙었다. 그래. 바쁜가보지? 하며 또다시 왼쪽을 비우고 오른쪽으로 찰삭 붙었다. 왼쪽은 텅텅 비었고 이번엔 앞에 느린 자전거도 없다. 헌데 이 친구 왜 또 오른쪽으로 인도 행인들 비집고 가는거야?
이 친구는 내가 한번 좌측으로 추월한 것에 대해서 카운터를 날린것으로 보였다. 기분이 나빴나 보군?
가양대교 자전거도로는 끝없는 직선길에 주변에 항상 같은 경치라 참 재미가 없다. 꾸준히 일정 속도를 유지하면서 가고있자니 또 아까 그 친구... 왼쪽으로 추월하면서 갔더니 그 뒤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시피 잠시 후 아주 자연스럽게 오.른.쪽.으로 추월해 갔다. 오른쪽...
넌 영국이나 일본 유학생이니? 내가 졌다, 졌어... 니 먼저 가라...
속도를 줄이고 그 친구가 멀리멀리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재미없는 경치를 보며 갔다.
※주 : 도로교통법에 명시된 “모든 차량은 좌측으로 추월해야 한다” 의 예외조항인 자전거의 우측 추월 허용을 사람을이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추월하는 모든 차량은 추월이 완료 될 때 까지 사고발생시 책임이 있다. 자동차 우측으로 갓길을 통해 추월할 때 법적으로 자전거를 보호해주려고 만든 조항인데, '모든 차량'이라는 단어에 “자전거 또한 차량이다” 라며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를 우측으로 추월해도 된 다고 생각하는 엉뚱한 사람들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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